사진 속에 두 남자가 있습니다.
눈이 펑펑 오는 날, 한 남자가 자신이
입고 있던 방한 점퍼를 벗어 다른 남자에게
입혀주고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
쥐여줍니다.
지난 1월 18일 오전 서울역 앞에서
있었던 일입니다.
점퍼를 벗어 주던 남자는 지나가는 시민이었고,
그 점퍼를 받은 남자는 노숙인이었습니다.
이 광경을 목격한 사진 기자가 노숙인에게
달려가 물었습니다.
"무슨 일이시죠?"
그러자 노숙인은 눈물을 흘리며
기자에게 대답했습니다.
"너무 추워서 커피 한잔을 사달라고 부탁했는데
아무런 대꾸도 없이 내 어깨를 잡더니
입고 있던 외투와 장갑을 줬습니다.
정말 고맙고 눈물이 납니다."
그리고 남자가 노숙인에게 건네준 건
외투와 장갑뿐만 아니라 5만 원짜리 지폐도
있었습니다.
사진기자가 바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,
자신이 가진 걸 노숙인에게 선뜻 내어준 남자는
하얀 눈 속으로 홀연히 사라졌습니다.
- 출처 : 한겨레 신문 -